우테코 레벨 2 회고

레벨 2까지 나의 성장 여정

 

2025년도 벌써 절반이 지나갔다. 이에 맞게 우테코도 벌써 레벨 2가 끝나간다. 모든 일이 눈깜짝할 새에 지나간 것 같다. 이 시간들이 소중하기에 천천히 갔으면 싶다가도 빨리 현업에 들어가 많은 것을 경험하고 싶다는 생각이 교차한다. 하지만 흐르는 시간을 붙잡을 수는 없는 법. 이제는 학습을 넘어 이를 실전에서 사용할 줄 아는 사람이 되는 준비를 할 때가 된 것 같다. 그래서 레벨 2에서의 회고를 통해 학습자의 입장을 돌아본다.

 

나의 학습 목표 찾기

레벨 2에서의 공식적인 큰 목표는 어쩌면 나의 학습 목표 찾기였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레벨 1이 끝나갈 무렵에 개인적으로 회고를 진행하면서 이미 학습 방법을 찾았었다. 자세한 내용은 다음 글에 나와있다. 우테코에서 난 성장하고 있다.

 

이럴수가. 이미 레벨 2의 목표를 달성해버렸다. 이 방식으로 계속 스프링을 학습하기만 하면 되는걸까? 그렇다고 생각했다. 레벨 1에서 이 학습 방법을 통해 큰 효과를 봤고, 밖에서 스프링을 어느정도 경험하고 온 크루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레벨 2에서만큼은 그리 효과적인 학습 방법이 아니었다.

 

지금에서야 생각해보면 레벨 1에서의 학습 방법은 정답이 없는 문제에 대한 나만의 학습 방법이었다. TDD에서의 협력을 만들어 가는 과정, 좋은 단위 테스트를 작성하는 방법, 책임 분리, 객체지향 등 이러한 것들은 오답이 있을지언정 정답은 없는 문제들이다. 이러한 문제들은 혼자 고민한다고 해서 해결되는 문제들이 아니다. 여러 사람들과의 상호 작용을 통해 만들어 가야한다. 그렇게 나만의 철학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그렇다면 레벨 2는 어떤가? 스프링을 사용하는 법, 스프링이 동작하는 방식과 같은 것들은 이미 정답이 정해져있다. 이런 것을 학습하는데 크루들과 1시간 이야기 하는 것과 혼자 1시간 공부하는 것 무엇이 더 효율적이고 빠르게 학습할 수 있을까? 후자가 더 효율적이지 않을까? 그렇기에 원래의 학습 방법은 레벨 2에서 크게 효율을 내지 못했다. 아. 막막했다. 학습 방법을 찾았다고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은 순간이 와버렸으니 말이다. 그래서 레벨 2에서도 새로운 학습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해야만 했다.

 

공식 문서를 읽어보기도 하고 AI를 활용해보기도 했다. 또, 블로그 글들을 왕창 읽어 개인적인 노트에 정리해보기도 했다. 그 결과 학습은 잘 되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재미가 없었다. 학습을 하는데 재미가 없으면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는가? 난 누군가에게 생각을 전파하고 이에 대한 의견을 나누는 것을 정말 좋아한다. 그래서 레벨 1에서의 학습 방법은 정말 재밌었다. 그런데, 레벨 2에서의 학습 방식은 그런 과정이 없으니 재미가 없었다. 아. 다시 한번 막막했다.

 

하지만 뜻밖에도 학습 테스트에서 한 줄기 빛을 보았다. 영속성 컨텍스트를 배울 때의 일이다. 흔히 알다시피 영속성 컨텍스트는 정말 이론적인 내용이다. 실체가 없는 개념이기 때문이다. 처음엔 이를 배우려고 평소처럼 블로그 글을 보기도 하고, AI를 활용하기도 했다. 그러다, 우테코에서 주어진 학습 테스트를 이용해보기로 했다. 여러가지 테스트 코드를 수정하고 새로 작성하는 과정을 경험하면서 영속성 컨텍스트의 이론을 보다 깊이 배울 수 있었다. 드디어 나의 학습 방법을 찾은 것이다.

 

나는 정답이 있는 문제에 대해서 실습을 통해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이게 나의 학습 방법이다. 그리고, 학습 방법이란 것은 고정적인 것이 아니라 상황에 따라 유동적으로 변경할 수 있다는 것도 깨닫게 되었다.

 

실용과 이상

내 기준에서 이상적인 코드란 뭘까? 해당 물음에 대한 정의로 이야기를 시작하고 싶다.

 

“난 이상을 추구한다.” 라는 말은 “난 객체지향을 추구한다.” 라는 말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한다. 유지보수, 재사용성 같은 기술적인 이야기를 떠나 객체들이 살아 움직이며 서로 협력하는 세계라는 관점으로 객체지향을 바라보기 때문이다. 단지 기술이 아닌 철학적인 의미에서 객체지향을 추구하는 것이다.

 

다시 돌아와, 이것은 레벨 2 내내 가져가고 있는 개인적인 고민이다. 항상 스스로를 이상적인 개발자로 생각하고 있다. 객체지향을 사랑하며 현실적인 방향보다는 이상적인 방향을 추구하며 코드를 작성하기 때문이다. 또, 코드를 작성한 의도와 생각을 공유하는 활동을 좋아한다. 하지만 레벨 2에서는 이 두 가지 모두 지키기가 힘들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레벨 2는 뿌듯함보다는 혼란스러움, 실망이 가득하다.

 

이러한 생각을 갖게 된 이유는 서비스 ↔ 도메인 객체 간의 관계를 아직 정의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내 기준에서는 도메인 객체가 가져야 할 책임과 서비스가 가져야 할 책임이 되게 모호하다. 예를 들어 “지나간 예약은 생성할 수 없다.” 라는 요구사항에 대해서 누가 책임을 가져야 할까? 이분법적으로 생각하면 도메인 객체가 가지는 것도 맞고, 서비스가 가져야 하는 것도 맞다. 다만, 지나간 예약도 의미가 있어진다면 서비스가 갖는게 타당해보인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도메인이 검증하는 책임을 갖고 서비스가 이 검증 책임을 이용해 생성하지 못하도록 했다. 하지만 이렇게 점차 요구사항을 추가하여 생각하면 결국 도메인은 검증만 하고, 이외 행동에 대한 모든 책임은 서비스가 갖는 모양새가 될 수 있다. 그럼 도메인 객체는 무슨 책임을 갖는건가? 데이터를 갖는 책임? 검증 책임? 이런 물음들에 대답을 하는 것이 아직 너무 어렵다. 어떻게 객체지향을 추구할 수 있을까?

 

어쩌면 당연한 궁금증인지도 모르겠다. 레벨 1을 돌이켜보면, 장기 미션을 하면서도 이런 고민을 똑같이 했던 것 같다. 그땐 장기판과 장기말 사이에서 장기말을 움직이는 책임을 어떻게 잘 분리하고 해당 선택을 믿고 나아갈 수 있을지 고민했다. 고민의 결과는 좋지 않았고 객체지향의 이상과 현실에 대해 깨닫기도 했다. 그 영향일까. 책임 분리에 대해 자신을 갖고 움직이기가 어려워진 것 같고 생각을 검증받고 싶은 경향이 강해진 것 같다. 좀 더 너그러운 마음으로 책임 분리를 생각하고, 서비스와 도메인 객체 사이의 관계를 정립하는 과정이 필요할 것 같다. 이쯤에서 나의 마음을 대변하는 곡을 추천하겠다.

 

 

이어서 레벨 2에서 코드의 의도, 생각을 공유하는 것이 생각만큼 쉽지 않다고 느꼈다. 다만, 모든 크루들의 이야기를 듣지 않았기에 일반화 할 순 없다는 점이고 그저 내가 느낀 바를 말하는 것이다.

 

스프링을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이미 경험해본 크루들이 많아지니 습관적으로 본인들이 하던 방식대로 코드를 작성하는 경우가 있다. 또한, AI의 활용이 많아지면서 다들 코드를 작성하고 의도를 끼워맞추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물론 나 또한 이런 물음에 벗어날 수 없는건 사실이다. 하지만, 전반적인 분위기가 레벨 1과 반대되어 혼란스럽다. 심지어는 이상적인 코드를 추구하는 이런 모습이 가끔 괴짜처럼 보이기도 한다. 미션 마감에 급급하여 실용을 추구하고 AI를 의존하는 모습들.. 우테코에서 원치 않았던 모습들이기에 더욱 실망스럽다.

 

지금에서야 회고를 하며 느낀 것은 이런 생각이 시작된 곳이 바로 미션 2에서의 Admin, Member 도메인 설계인 것 같다. 미션 2 회고글에서도 언급했지만, 처음부터 난 Admin, Member를 역할로 봐야한다는 입장이었다. 그리고 실제로 그렇게 개발을 했다. 그런데 나말고는 아무도 둘을 객체로 분리하지 않았고, Role이라는 필드로 구분하게 만들었다.

 

솔직하게 요구사항만 본다면 오히려 두 개의 객체로 나누는 설계가 과하다고 생각한다. 왜냐면 Admin은 Member의 기능을 그대로 사용하면서 추가적인 기능을 가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하나의 Role로 두는 것이 Member를 관리하기 더 좋은 방법일 수 있다. 또는, 나의 입장대로 하되 추상 클래스나 상속을 이용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Role로 관리하는 입장의 의견 중 다수를 차지하는건 개발하기 “편해서”였다. 어떤 의도없이 그저 편하기 때문에 그런 설계를 한 것이다.

 

우테코에 와서 느끼는 점은 이런 고민을 거쳐 결론이 나오는 것과 그저 편한 길을 가는건 정말 차이가 크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런 모습들이 정말 아쉬웠다. 실용적인 코드만 작성하는 것이 정말 우테코에서만 할 수 있는 일인가? 고민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나 또한 항상 이렇게 이상적인 코드를 추구하는게 정말 옳은 방향인지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실패 경험 발표

 

제 1회 우테코 실패 자랑 대회, 나름 우테코 내에서 빅 이벤트였다. 사진의 내용과 같이 본인의 실패 경험을 크루들 앞에서 발표하는 자리이다! 어쩌면 우테코와서 가장 도전적인 경험이 아니었다 싶다. 참여하게 된 계기는 대회를 개최한 크루가 소규모로 본인의 실패 경험을 발표하면 소정의 상품을 준다는 말을 듣고 였다..

 

호기롭게 참여한다곤 했지만 아무리 돌이켜봐도 인생에서 실패한 경험이 그닥 발표할 거리는 아니었다. 그리고 이러한 경험이 만들어지려면 도전을 했어야 하는데 도전을 많이 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이미 하겠다고 말한걸 어쩌겠는가? 뭐라도 짜내야했다. 그래서 발표할 거리가 아닌 실패 경험 중 그나마 재밌을만한 번호를 물어본 경험에 대해서 발표하기로 했다. 발표 순서도 첫 번째 였기에 가볍게 시작하기 좋은 주제라고 생각했다!

 

대략적인 이야기는 대학생 시절 좋아하던 편의점 알바생에게 번호를 물어보고 처음엔 실패했지만 두 번째 도전에서 성공한 경험에 대한 이야기이다. 실패 경험 발표인데 성공한 경험을 발표하는 거 아닌가 싶었지만, 교훈을 주는 것이 포함되어 있었기 때문에 첫 번째 도전에 대해서 실패 경험을 발표하고 두 번째 도전을 통해 한번만 도전하고 포기하지마라.. 이런 메시지를 주면 좋겠다 싶어서 선정했다.

 

 

무대 앞에 섰을때는 정말 긴장했었다. 심지어 대본을 쓰는 노력조차 하지 않아서 막막하기도 했다. 근데 의외로 내 이야기를 말하는거다보니 생각보다 막히지 않고 술술 나왔다. 생각보다 발표는 순조로웠고, 반응도 좋았다! 발표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있었는데 이번 기회로 좀 극복한 것 같다는 생각도 했다.

 

레벨 1 레벨 인터뷰때도 그렇고 이번 발표에서도 그렇고 실전에 들어가면 긴장하지 않는 모습을 보니까 나는 실전파 인가보다.

 

마라톤

이번에 레벨 2가 끝나고 다음 날 조깅 크루들과 마라톤이 예정되어 있었다. 참가한 마라톤은 제 15회 국민행복마라톤!

 

이전 회고에서도 말했지만 나는 우테코에 와서 달리기를 시작했다. 레벨 1때는 조깅 채널이 없어서 혼자 뛰면서 체력을 길렀다. 하지만, 레벨 2에서 동동-조깅 채널이 생기면서 달리기를 하는 크루들과 친해져 몇 번 같이 뛰다보니 이렇게 마라톤까지 나가게 되었다. 다들 달리기를 시작한지 오래 되지 않았기도 하고 평소 달리기를 할 때도 드라고를 제외하고는 페이스나 기타 다른 부분을 신경쓰면서 달리지는 않아서 다같이 5km로 신청했다.

 

5분 4초!

 

마라톤 후기는.. 정말 힘들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함께 뛰다보니까 처음 출발부터 병목 현상으로 사람들과의 안전 거리를 신경써야 했다. 또, 뚝섬 한강공원에서 진행하다보니 길폭이 좁아서 치고 나가기가 애매한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과 뛴다는게 한편으론 동기부여처럼 작용하기도 했다. 그래서 목표였던 25분대를 달성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사실 벡터와의 밥내기가 가장 큰 동기부여 였던 거 같긴하다만.. 어쨌든 좋은 경험이었다. 다음에도 마라톤에 참가할 기회가 있으면 꼭 참가해봐야겠다!

 

레벨 2, 아쉬움

결론은 내게 레벨 2는 기술적인 아쉬움이다. 레벨 1에서도 이상과 현실의 차이를 경험했지만 레벨 2에서의 이상과 현실의 차이는 너무나 가혹했다. 정말 미션 3-4는 의욕이 사라지고 오직 빠르게 merge 되는 것만이 목표가 될 정도로 코드에 대한 애정이 줄어들었다. 그래서 학습할 때 큰 의욕을 갖고 하진 못한 것 같다. 그렇다고 다시 레벨 2를 한다고 해서 열심히 할 것 같지는 않다. 이에 대해서 리뷰어에게 고민을 물어봤는데, 근본적인 원인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셨다. 하지만 지금은 근본적인 원인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없었다. 그래서 방학동안 이 답을 찾는 과정이 필요할 것 같다..

 

 

그래도 소프트 스킬적인 부분에서는 아쉬움은 없다. 우테코에 오지 않았다면 하지 않았을 실패 경험 발표나 마라톤 참가 같은 것을 했으니까 말이다! 그래서 경험적으로는 더 성장한 것 같아서 기분이 좋다. 다만, 기술적인 부분은 확실히 아쉬움이 크다. 뭐 어찌되었든 이미 지나간 시간을 후회해봐야 남는건 없으니 방학동안 잘 쉬면서 체력을 좀 비축하고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야겠다. 언제나 파이팅~